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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봄 로봇

지자체별 노인 돌봄 로봇 예산 구조 비교, 자율성의 한계와 국가의 과제

by ssunday1824 2025. 7. 5.

노인 돌봄 로봇은 초고령사회를 맞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복지 인력 부족, 고립 노인 증가, 요양시설 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독거노인, 치매 초기 환자, 돌봄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AI 노인 돌봄 로봇 보급 시범사업을 앞다투어 추진하며 기술 기반 복지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지자체별 노인 돌봄 로봇 예산 구조 비교

 

하지만 그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예산 구조’다. 로봇은 단순히 기기를 한 대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입비, 유지보수비, 콘텐츠 구독료, 데이터 통신료, 사용 교육 예산 등 다양한 비용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지자체별 재정 여력과 복지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 규모와 질에 현저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서울, 성남, 대전, 부천, 창원 등 복지 관련 돌봄 로봇 시범사업을 실제 수행하고 있는 대표 지자체들의 예산 구조를 비교하고, 각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돌봄 로봇 사업을 설계·운영하며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향후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 체계 설계 방향성을 함께 제시한다.

 

서울특별시: 자치구 매칭 방식과 전용 예산 항목 확보 사례

서울시는 2021년부터 ‘AI 효돌 노인 돌봄 로봇’ 시범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지자체로, 이후 매년 사업을 확대하며 지자체 단위 예산 설계의 모델 케이스를 만들어왔다. 서울시의 돌봄 로봇 예산 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운영된다.

  • 1차 예산 구조: 서울시 본청이 연 단위로 복지기술 실증 사업비 약 30억 원 규모를 편성해 자치구에 배분
  • 2차 매칭 구조: 각 자치구는 서울시 예산의 30~40%를 매칭하여 추가 사업 추진
  • 세부 지출 항목: 기기 구입비(대당 평균 150만 원), 데이터 통신료, 유지보수 위탁, 복지사 연계 시스템 개발비 등
  • 예산 연계 방식: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역 복지관이 일부 민간재원을 부담하거나 로봇 무상 임대 형식으로 참여

서울시의 가장 큰 강점은 정기적인 예산 편성지속성 확보에 있다. 2023년부터는 ‘디지털 돌봄 보급사업’이라는 별도 예산 항목을 시 본예산에 신설해 로봇 사업을 정규 사업화했으며, 이에 따라 돌봄 로봇이 단기 실험이 아닌 중장기 복지 인프라로 편입되고 있다.
다만, 자치구별 재정 자립도 차이로 인해 구별 로봇 보급률 격차가 심화되고 있어, 서울시 본청 차원의 통합 플랫폼 개발 및 공동 구매 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성남시와 대전시: 기술 중심 지자체의 실증형 예산 구조

 

성남시는 경기도 내 재정 여력이 높은 도시로, 지역 기술 기업·병원·공공기관과의 협력 기반 예산 운용이 특징이다. 성남시는 2022년부터 ‘스마트 복지 실증 사업’ 예산 항목을 별도 편성해 돌봄 로봇 실증을 진행했으며, 주요 예산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총사업비: 약 8억 원(2022년 기준)
  • 구성: 로봇 임대비 4억, 유지보수 1.2억, 연구 평가비 2.8억
  • 운영방식: 성남시가 공공플랫폼을 구축하고, 성남의료원 및 복지관이 로봇 사용자 모집·운영
  • 특징: 로봇 업체에 직접 구매하지 않고, 임대 후 조건부 반환 방식으로 사업 위험 최소화

대전시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협업하여 R&D와 복지 예산을 융합한 형태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 주요 예산 출처: 지역거점 국책사업(R&D 지원금) + 대전시 복지국 예산
  • 기술 실증: 보건복지부의 ‘스마트돌봄플랫폼 실증형 사업’과 연계
  • 강점: 인프라(통신망, 클라우드, 대시보드 등) 비용을 R&D 예산에서 해결, 지자체 부담 최소화

이 두 지자체는 공통적으로 민간-공공-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예산 부담을 분산하고, 로봇을 단지 복지 기기가 아닌 데이터 플랫폼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점은, 국책사업에 의존도가 높아 국비가 끊기면 사업 지속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천시와 창원시: 저소득층 중심 노인 돌봄 로봇 보급과 공공-민간 비용 분담 구조

부천시는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중형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포용 복지’를 기치로 노인 돌봄 로봇 보급 사업을 자체 예산으로 추진한 사례다.

  • 2023년 예산 구조: 총 3억 6천만 원(시 예산 80%, 복지관 자체 부담 20%)
  • 주요 대상: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독거노인 중 우울증 위험군
  • 지출 항목: 로봇 기기 대당 평균 단가 130만 원, 통신비 월 8,000원, 연간 유지보수비 10%
  • 특징: 사회복지사가 월 1회 로봇 사용 이력 분석 후 정서 상담 연결

부천시는 특히 로봇 공급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어 단가를 낮추고, 고장률 감소를 위한 사전교육 및 정기점검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기기 A/S 비용 일부를 시에서 보조하고, 일부는 보호자 또는 사용자 본인 부담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는 2022년부터 시작된 경남형 디지털 복지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돌봄 로봇을 낙후 농촌 지역 위주로 보급했다.
창원시 예산 구조의 핵심은 국비+도비+시비 매칭 방식으로, 총사업비 2억 원 기준, 국비 50%, 도비 30%, 시비 20% 비율로 운영되며, 이는 중소 지자체가 국고 보조를 통해 실험적 복지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격차 해소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 개입과 제도화 필요

현재 전국적으로 노인 돌봄 로봇 보급 사업은 확산 중이지만, 예산 구조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자체 재정력에 따른 보급 편차 심각

  • 서울, 성남, 대전처럼 자체 예산 확보나 기술 기반이 탄탄한 도시는 고기능 로봇과 클라우드 시스템까지 도입 가능
  • 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시범사업 한두 건에 그치며, 지속적 보급이 불가능한 구조

로봇 단가 및 유지비 표준화 미흡

  • 제조사별로 대당 가격 편차가 100만~300만 원 수준
  • 유지비용(통신료, 점검, 수리비 등)에 대한 국가 표준이 없어 예산 계획 수립이 어려움

국고보조 제도 미비

  • 현재는 보건복지부 차원의 돌봄 로봇 국고보조 사업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음
  • 일부 지자체는 국책 R&D 과제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지만, 복지 정책의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공조달 플랫폼 필요성

  • 중앙정부 차원의 노인 돌봄 로봇 공공조달 시스템을 통해 지자체가 공동 구매 시 단가 인하, A/S 체계 확보, 기술 인증 통일 가능

예산 항목 통일화 필요

  • ‘디지털 돌봄’, ‘AI 보조기기’, ‘스마트복지 플랫폼’ 등 명칭이 지자체마다 달라 중앙 통계화가 어렵고 예산 추적이 불가함
  • 향후 복지부 예산 지침에 표준 코드 부여 및 공통 예산항목 편성 필요

예산이 기술 복지를 결정한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때

 

노인 돌봄 로봇은 확실한 가능성을 입증한 기술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혜택이 갈리지 않는 예산 구조가 필수다.
지금까지는 지자체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선제적으로 실험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중앙정부가 그 실험을 제도화하고 표준화하며 예산 구조를 정비할 차례다.

복지의 질은 기술로 향상되지만, 복지의 형평성은 예산으로 보장된다. 중앙정부는 돌봄 로봇을 단순한 지자체 실험이 아닌 전국민 복지 인프라로 인식하고, 예산의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예산과 제도의 뒷받침이 노인 돌봄 로봇의 전국 확산을 현실로 만드는 열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