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2%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은 국가 복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으며, 단순한 시설 수용 중심의 방식이 아닌, 지역 사회 기반의 ‘돌봄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인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은 정부가 2018년부터 추진해 온 핵심 복지 모델로, 고령자와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주거·서비스가 통합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지역 단위 돌봄은 인력과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서비스 사각지대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인공지능 기반의 돌봄 로봇이다. 최근 들어 전국 각지의 지자체에서는 AI 돌봄 로봇과 지역 복지 서비스 간의 연계를 통해 돌봄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울, 전북, 경북,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실제로 운영 중인 돌봄 로봇 연계 사례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서비스 구조, 로봇 기능, 민관 협력 방식, 정책적 성과 및 한계를 분석하고, 전국 확산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본다.
서울특별시: AI 노인 돌봄 로봇 '효돌'과 동주민센터 기반 복지망
서울시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에 AI 돌봄 로봇을 결합한 선도 도시다. 2021년부터 본격 추진된 ‘AI 효돌 돌봄로봇 사업’은 특히 동주민센터와 지역 복지관 중심의 커뮤니티케어 체계에 로봇을 연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는 고독사 위험이 높은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25개 자치구에 약 3,000여 대 이상의 로봇을 배치했다. 효돌 로봇은 기상 및 취침 시간 알림, 약 복용 알림, 날씨 안내, 말벗 기능, 긴급 호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정서적 교감과 반응 기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 로봇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와 연동된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서, 로봇의 반응 기록은 담당 복지사의 전용 앱으로 전달되어 대상자의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의 가장 큰 성과는 기존 인력 기반의 복지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노인의 우울감이나 응답률이 급격히 낮아지면, 로봇이 이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자에게 경고를 전달하며, 해당 노인을 직접 방문하거나 상담을 연계하는 식의 ‘기계-인간 협력 돌봄 체계’가 작동된다.
이 사업은 민간 기업(로봇 제조사), 공공(서울시·자치구), 지역 복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형 모델로 운영되고 있으며, 효과성 측면에서도 응급상황 대응시간 34% 단축, 약 복용률 26% 향상, 고독감 체감률 48% 감소 등의 통계적 성과가 보고되었다.
전라북도 익산시: 치매 예방 중심의 로봇 활용과 치매안심센터 연계
전북 익산시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형 도시로, 도시와 달리 고립감·교통불편·의료 접근성 부족 등 복합적인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한 인지훈련형 노인 돌봄 로봇 보급 사업을 추진해왔다.
익산시는 2022년부터 ‘실벗(Silbot)’이라는 이름의 인지훈련 특화 로봇을 도입하여, 경증 치매 노인 및 MCI(경도인지장애) 노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로봇은 인지게임, 사진 맞추기, 음악 퀴즈, 회상 대화 등 인지 자극 중심의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으며, 하루 2회 이상 사용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매 위험도를 분석하여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특히 전북도는 이 로봇을 단순한 보급 차원에서 끝내지 않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주기적으로 로봇 사용 이력을 확인하고 상담을 연계하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농촌 특성상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는 LTE 기반으로 작동하는 오프라인 연동형 기기를 활용함으로써 지역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주력했다.
이 모델은 보건 복지 기술이 결합된 지역형 치매 대응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4년에는 전라북도 전체 시·군으로 확산되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다만 로봇 유지관리 비용이 지자체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향후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가 예산 편성이 요구된다.
경상북도 안동시: 노인 돌봄 로봇과 지역 자원봉사망의 융합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로, 특히 안동시는 농촌 지역 노인의 비율이 높고, 요양시설 접근성이 낮은 특성을 보인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지역 중심 돌봄 서비스의 보완 수단으로 AI 돌봄 로봇을 활용한 ‘자율 응급 대응 체계’를 실험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안동시는 돌봄 로봇 ‘효돌’을 1·3세대 마을 중심의 고위험 독거노인 가정에 배치했으며, 로봇의 긴급 호출 기능이 작동되면, 단순히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복지이장, 마을 자원봉사자, 보건소 간호사에게 동시에 알람이 전송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는 인프라 부족 지역에서 로봇의 감지 능력과 인간의 대응 능력을 결합한 지역 맞춤형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마을공동체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지속적인 사용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로봇 상태 점검을 위한 마을기술지킴이 양성 등, 지역 자생적 기술 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북형 모델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지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 인력, 교육, 거버넌스를 함께 설계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과제로는 로봇 기능의 고도화(감정 인식, 치매 예측 등)와 지속 재정 확보가 있다.
부산광역시: 스마트시티와 연계된 복합 돌봄 플랫폼 구축 사례
부산시는 인구 고령화와 동시에 도시화율도 높은 복합 도시로, 기존 복지 인프라의 질적 고도화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어 왔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2023년부터 돌봄 로봇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융합한 ‘AI 기반 복합 돌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스마트홈 복지 실증 단지’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AI 돌봄 로봇, 낙상 감지 센서, 스마트 조명, 음성 제어 가전 등이 패키지로 연계된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돌봄 로봇은 약 복용 안내, 기상 알림, 대화 기능을 수행하며, 센서 시스템은 노인의 움직임과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로봇과 연동되어 자동으로 복지센터 및 보호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노인의 안전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노인 상태 모니터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전국적으로도 가장 발전된 형태의 지역사회 돌봄+기술 결합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부산시는 공공기관, 연구기관, 민간기업, 지역의료기관이 함께 참여한 통합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형 복지 서비스(예: 우울증 조기 발견, 낙상 위험도 경고 등)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했지만, 높은 인프라 비용, 지역 간 격차, 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이슈 등도 함께 안고 있으며, 향후 표준화 및 제도 연계를 위한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돌봄은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기술은 그 곁을 지켜야 한다
노인 돌봄 로봇은 이제 단순한 실험이 아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 중심의 돌봄 서비스에 기술이 결합되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서비스의 질, 대응 속도, 수요자 만족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서울의 정서 돌봄, 익산의 치매 예방, 안동의 공동체 기반 감시망, 부산의 스마트홈 기반 연계 모델까지, 각 지역은 고유한 문제에 맞는 로봇 연계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주인공이 아니라 조력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기술을 지역 사회 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이다.
앞으로의 복지는 국가 단위의 거대한 정책보다는 지역 기반의 맞춤형 전략, 그리고 기술을 품을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핵심이 될 것이다. 돌봄 로봇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사람의 곁을 지키는 진정한 디지털 복지 인프라로 자리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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