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2%를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자 중 상당수가 만성질환, 치매, 운동기능 저하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복지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치매안심센터 등 다양한 제도를 확대해 왔지만, 여전히 인력 중심의 복지 서비스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AI 기반 노인 돌봄 로봇의 도입과 확산이다.
노인 돌봄 로봇은 약 복용 알림, 응급 감지, 정서 교감, 인지 자극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요양보호사의 반복 업무를 분담하고, 독거노인이나 치매 초기 환자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복지 기술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유망한 기술도 본격적인 보급과 제도화를 앞두고 가장 큰 장애물에 부딪혀 있다. 그것은 바로 ‘예산 문제’다. 로봇은 단순히 기계를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신비, 유지보수, 콘텐츠 구독,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A/S 관리 등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구조를 가진다.
이 글에서는 돌봄 로봇의 보급이 안고 있는 다양한 예산 관련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어보고, 그에 대한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도·재정·거버넌스 측면에서 제시한다.
노인 돌봄 로봇 보급에 따른 주요 예산 문제 분석
현재 지자체 또는 복지기관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돌봄 로봇은 초기에는 시범사업의 형태로 소수 보급되지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다단계 예산 구조의 부담이 현실화된다. 문제는 단순히 ‘기계값’이 아니라, 그 외에 동반되는 모든 비용이다.
① 초기 구매비의 부담
노인 돌봄 로봇 1대의 평균 단가는 120만원에서 250만원에 이른다. 고기능 복합형 로봇은 300만원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역 복지기관이나 기초 지자체의 경우, 단 몇 대만 구매해도 수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중앙 정부의 보조없이 자체 예산만으로 노인 돌봄 로봇을 도입하려는 경우, 복지 예산의 1020%를 로봇구매에 집중 투입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나타나게 된다.
② 운영비 및 유지보수비 부담
로봇은 하드웨어 이상으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사용 중에는 LTE 통신비(월 7,000~10,000원), 콘텐츠 정기 업데이트, 운영 시스템 유지, 정기 점검 및 고장 수리 비용 등 매년 추가 운영비가 기기 1대당 20만원에서 30만원 이상 발생한다.
이 비용이 보통 예산서에는 반영되지 않아, 기기는 존재하지만 사용을 중단하는 ‘죽은 장비’가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③ 불명확한 예산 항목 및 집행 기준
현재 보건복지부, 지자체, 복지관 어디에도 돌봄 로봇을 위한 명확한 예산 항목 코드나 편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 결과 사업 추진자는 ‘디지털 복지’, ‘보조기기’, ‘스마트케어’, ‘노인돌봄기반기술’ 등 애매한 예산 항목에 로봇 비용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해야 하며, 이로 인해 예산 추적, 감사 대응, 정책 평가가 모두 불투명해지는 문제가 있다.
④ 예산 지속성의 불확실성
현재까지 대부분의 로봇 보급은 시범사업이나 R&D 예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등 일회성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단기 예산 구조는 다음 해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며, 기기 유지가 불가능해져 중도 철수, 기기 회수,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재정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해결책 제안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비를 더 지원하자는 접근이 아니라, 예산 구조 자체의 설계 방식과 정책 설계 프레임을 새롭게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① 로봇 구입 방식의 다변화: ‘구매’에서 ‘임대+구독’으로
현재 대부분 지자체는 기기를 직접 구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초기 예산 부담이 크고, 고장 시 손실이 크며,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따라서 민간 로봇 업체와 협약을 통해 월 임대형 모델(월 3만~5만 원), SaaS 기반 콘텐츠 구독형(기기+서비스 일괄 제공)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방식은 예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초기 비용을 분산하며 기기 교체 및 유지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② 국비 지원 확대와 보조율 차등제 도입
중앙정부는 ‘국가 단위 복지 인프라 보급’의 관점에서 돌봄 로봇을 인프라화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디지털 돌봄 인프라 확산 예산’ 항목을 신설하고, 기초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국비 보조율을 차등 적용(예: 70~90%)할 수 있다.
특히 독거노인, 치매 초기 환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위한 보급은 전액 국고 지원 대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③ 예산 항목 표준화 및 패키지 예산 설계
보건복지부와 행안부는 협의하여 ‘돌봄 로봇’ 관련 예산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예:
- 139.20-05: 디지털 기반 정서돌봄기기
- 139.20-06: AI 기반 인지지원형 로봇
이와 함께, ‘하드웨어+통신료+유지관리+교육비’를 하나의 묶음으로 지원하는 패키지 예산 설계를 통해 예산 기획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④ 민관 공동 부담 모델 도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민간 기업,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로봇 돌봄 상생 기금’을 조성해 지자체가 초기 비용을 분담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민간 기업은 로봇 기기 후원, 기술 지원, 관리 인력 파견 등으로 참여하고, 지자체는 시설과 인력 운영으로 협력하는 방식이다.
법·제도 기반 확립을 통한 구조적 대응 방안
예산 문제는 단기 보조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법률과 제도의 개편을 통해 돌봄 로봇이 제도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① 장기요양보험 급여화 추진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중 3~5등급은 재가서비스 중심으로 돌봄을 받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디지털 보조기기 급여화’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등급별로 돌봄 로봇의 활용 목적을 정하고,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켜 보험재정으로 지원하게 되면 지속가능한 예산 기반이 확보된다.
② 복지기기법 개정 및 로봇 등재
'장애인·노인 보조기기 지원법'에 AI 기반 돌봄 로봇을 공식 품목으로 추가해 국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편입시킨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 고시’ 형태로 기기 사양, 표준 단가, 보급 조건 등을 명시할 수 있어 예산 집행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
③ 조달 단가표 확립과 공공조달 통합
노인 돌봄 로봇의 기능별·등급별 표준 단가를 정하고, 공공조달 시스템(나라장터)에 통합 등록함으로써 지자체가 협상 없이 정가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또한 중앙에서 일괄 조달 계약을 체결하고, 지자체는 수요 신청만 하면 자동 공급되는 ‘수요 연계형 조달 플랫폼’을 구축하면 예산 소요와 단가 편차를 줄일 수 있다.
노인 돌봄 로봇 예산 정책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제언
노인 돌봄 로봇은 앞으로 10년 내에 요양보호사, 간병인,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과 제도의 수용성 문제다. 앞으로 돌봄 로봇 예산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전략적 방향은 다음과 같다.
전략 1: ‘기기’가 아닌 ‘서비스’ 단위 예산 구조로 전환
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서비스의 수단이다. ‘기기 보급 예산’이 아니라, “디지털 돌봄 서비스 제공 예산”으로 항목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성과 중심 평가도 가능해진다.
전략 2: 민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예산 공동 집행
지자체, 복지기관, 민간 제조사, 중앙정부가 예산을 분담하고, 데이터 공유·기술개선·서비스 품질 관리에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 기반 운영 모델을 제안한다.
전략 3: 예산-성과-데이터 연동 체계 구축
로봇 보급 후 약 복용률 증가, 고독감 감소, 응급 상황 감소 등 정량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산 배분과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성과 연계 예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이는 미래 건강보험 수가화 시 비용효과성 판단의 근거가 된다.
복지 기술의 확산은 ‘예산 구조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AI 노인 돌봄 로봇은 고령사회의 구조적 복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술이자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기술은 준비되어 있어도, 그 기술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데 필요한 예산 구조가 설계되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기술도 정책으로 실현되지 못한다.
이제는 단순한 보급 예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서비스 예산, 성과 기반 예산, 제도 연계형 예산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지만, 정책은 신중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돌봄 로봇에 대한 재정 설계 전략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파일럿 사업’만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예산이 미래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설계되느냐가 ‘진짜 복지국가’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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