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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봄 로봇

장기요양보험 인정조사에 노인 돌봄 로봇 반영 방안

by ssunday1824 2025. 7. 4.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노인 돌봄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일정 수준의 공적 서비스를 보장하고 있지만, 서비스 제공 방식은 여전히 인력 중심, 오프라인 중심에 머물러 있다.

 

장기요양보험에 노인 돌봄 로봇

 

한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의 발전은 고령자의 일상에 서서히 침투하고 있으며, 특히 AI 기반 돌봄 로봇은 인지 훈련, 건강 모니터링, 응급 알림, 정서 안정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다. 돌봄 로봇을 실제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장기요양보험의 핵심 평가 절차인 ‘장기요양 인정조사’에서는 로봇의 존재와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즉, 돌봄 로봇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지는 등급 판정이나 서비스 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글에서는 장기요양 인정조사의 구조와 한계를 살펴보고, 돌봄 로봇을 평가 항목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현행 장기요양 인정조사의 구조와 로봇 미반영의 문제점

장기요양보험의 수급 자격을 결정하는 핵심 절차는 ‘장기요양 인정조사’다. 인정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조사원이 신청자를 직접 방문하여 신체, 인지, 행동, 질환, 기능상태 등을 평가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점수를 산출하고 요양등급(1~5등급 또는 인지지원등급)을 부여하는 구조다.
현재 인정조사는 2024년 기준 90개 문항, 11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일상생활동작 (이동, 배변, 식사 등)
  • 인지기능 (시간·장소 파악, 기억력 등)
  • 문제행동 (수면장애, 망상, 공격성 등)
  • 질환관리 (치매, 파킨슨병 등)
  • 의사소통 능력, 약 복용 여부, 욕창 등

하지만 이 평가체계는 전통적인 인력 중심 돌봄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기술 기반의 보조 도구나 로봇 사용 여부는 평가 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신청자가 돌봄 로봇을 통해 약 복용을 잘 관리하고 있더라도, 평가자 입장에서는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 약을 복용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돌봄 로봇을 도입하고 꾸준히 활용하고 있는 노인조차, 실제 상태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반대로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공적 서비스 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중복된 인력 지원이 배정되는 비효율도 발생한다.

즉, 현재의 인정조사는 현실의 돌봄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 내 기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방식의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노인 돌봄 로봇의 기능과 인정조사 항목 간 연계 가능성 분석

돌봄 로봇이 장기요양 인정조사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로봇이 실제로 어떤 영역에 효과를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재 조사 항목 중 어느 부분과 연동 가능한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주요 연계 가능 항목은 다음과 같다:

 

① 복약 관리 영역

  • 현재 인정조사에서 “복약 시 도움이 필요한가?”라는 항목은 요양보호사나 가족의 도움 유무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돌봄 로봇은 약 복용 시간을 음성으로 알려주고, 미복용 시 경고하며, 일부 기종은 약 통 열림 여부를 기록하기도 한다.
  • 따라서 “기기 기반 복약지원 여부”를 선택항목으로 추가할 수 있다.

② 인지기능 영역

  • 인지저하 노인의 경우, 돌봄 로봇은 퀴즈 제공, 사진 회상 대화, 시간 알림 등을 통해 비약물적 인지 자극을 수행한다.
  • 이는 “시간·장소 파악 능력” 평가에 영향을 미치며, ‘기기 기반 인지훈련 진행 여부’를 조사 항목에 보조질문으로 추가할 수 있다.

③ 문제행동 관리

  • 야간 불안, 외로움, 대화 부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행동(망상, 불면, 공격성 등)은 감성형 돌봄 로봇의 정서 안정 기능으로 완화 가능하다.
  • 인정조사 항목 중 “비정상적 행동의 빈도와 심각도” 항목에 로봇 개입 여부를 기입하도록 구조화할 수 있다.

④ 이동 및 낙상 위험 관리

  • 일부 돌봄 로봇은 낙상 감지 센서, 실시간 위치 모니터링 기능을 갖추고 있어 낙상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즉시 알릴 수 있다.
  • 이동 보조 수단으로의 기능이 있음에도 현재 인정조사에서는 반영되지 않으며, “낙상 경험 및 위험 정도” 항목에 보조기기 활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하다.

이러한 연계 가능성은 돌봄 로봇이 단순한 편의 기기가 아니라, 기능 회복과 건강 유지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는 복지기술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요양 인정조사서 개편을 통한 로봇 반영 방안

돌봄 로봇을 인정조사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편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① 보조기기 사용 항목의 세분화
현재 인정조사에서는 일부 기기 사용(지팡이, 휠체어 등)에 대한 평가가 있지만, 디지털 기반 보조기기나 로봇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따라서 ‘보조기기 사용 여부’ 항목을 전통기기(지팡이, 보행기), 스마트기기(돌봄 로봇, 감지기, 음성안내기 등)로 이원화하여, 신기술 사용자를 구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조사서 내 선택형 보조 질문 추가
직접 조사항목을 개편하기 어렵다면, ‘해당 기능을 보조하는 기기 또는 기술을 사용 중인가요?’라는 보조질문을 항목별로 추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기존 조사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술 수용 여부를 부가 정보로 확보할 수 있어 현장 조사원의 혼란을 줄이고 정책 분석에 유용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다.

③ 디지털 복지기기 사용 정보 입력 시스템 구축
장기요양보험 신청 시, 수급자 또는 보호자가 ‘현재 사용하는 보조기기 정보’를 기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이를 조사원의 사전정보로 제공하면 평가 시 기기 효과를 반영할 수 있다.
이 정보는 향후 수급자의 맞춤형 서비스 계획 수립 시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④ 로봇 활용자 대상 별도 인정 평가 기준 마련(시범)
초기에는 모든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돌봄 로봇을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한 대상자를 선별해 별도의 인정조사 틀을 시범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로봇 활용이 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건강상태 유지에 기여하는지를 평가하고, 이후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 파일럿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제도적 수용성과 기술 윤리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돌봄 로봇을 인정조사에 반영하는 과정에서는 기술적 필요성 외에도, 다음과 같은 사회적·윤리적 고려사항이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①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

  • 돌봄 로봇 사용 여부가 인정조사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면, 기기를 구매할 수 없는 저소득층은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임대 사업 확대, 로봇 가격 인하, 보조금 제도 등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② 조사원의 전문성 제고

  • 조사원이 돌봄 로봇의 기능과 사용 효과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부정확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 따라서 ‘디지털 복지기기 이해 교육’을 조사원 정기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로봇 사용에 대한 평가 매뉴얼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

③ 기술 과신에 대한 경계

  • 로봇이 아무리 유용하더라도, 인간의 정서적 돌봄이나 도덕적 판단까지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 인정조사 항목은 기기 보조 여부를 참고 정보로 활용하되, 수급자의 삶의 질과 의사결정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

④ 법령·시행규칙 개정 병행

  • 장기요양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인정조사서 구성, 조사항목 및 등급 산정 방식이 명시되어 있어,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제도 반영이 불가능하다.
  • 따라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이 공론화와 입법적 논의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인정조사는 제도의 문지기, 기술을 통과시키려면 문을 바꿔야 한다

 

장기요양 인정조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노인이 어떤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복지제도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문이 여전히 과거의 인력 중심, 아날로그 기준에 머물러 있다면, 기술의 진보는 제도에 걸려 멈출 수밖에 없다.

돌봄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인력이 부족한 시대에 고령자의 안전과 독립적인 생활을 지켜주는 사회복지의 확장 기제다. 인정조사 항목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제도 안에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이제는 제도와 기술의 간극을 줄여야 할 때다. 변화된 돌봄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는 평가체계 개편, 그것이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핵심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