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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봄 로봇

건강보험 급여등재 심사 기준과 노인 돌봄 로봇의 대응 전략

by ssunday1824 2025. 7. 3.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이로 인해 만성질환자, 인지기능 저하자, 독거노인 등의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기존의 인력 중심 돌봄 시스템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과 ICT 기반의 노인 돌봄 로봇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돌봄 로봇은 약 복용 알림, 낙상 감지, 건강 상태 모니터링, 정서 교감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실제로 많은 지자체와 요양기관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높고,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 등재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급여등재 심사 기준과 노인 돌봄 로봇

 

하지만 건강보험에 신규 항목을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등재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며, 돌봄 로봇처럼 새로운 형태의 비전통적 의료기기는 심사 과정에서 많은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의 급여등재 심사 절차와 평가 기준을 정리하고, 돌봄 로봇이 이 체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구체적인 전략 중심으로 분석한다.

 

건강보험 급여등재 심사의 주요 기준과 절차

국민건강보험에서 특정 기술이나 기기, 서비스가 급여 대상이 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제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적 필요성, 비용 효과성, 사회적 수용성, 대체 가능성 등 복합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된다.

급여등재의 대표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등재 신청: 의료기기 제조사 또는 공급 업체가 급여 등재를 신청
  2. 기술평가: 심평원에서 안전성·유효성·기능성 등을 평가
  3. 경제성 평가: 기존 치료법과의 비용-효과 분석, QALY(삶의 질 보정수명) 기준 적용
  4. 급여적정성 심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민 수용성, 사회적 요구도 등 고려
  5. 보장성 결정 및 고시: 복지부 장관 명의로 보험 급여 등재 여부 최종 결정

이 중에서도 경제성 평가는 특히 높은 기준을 요구하며, 신의료기술은 3년 이상 임상효과 입증 자료, 해외 사용 사례, 논문 등 객관적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 건강보험에 등재된 심전도 측정기, 당뇨병 센서 등도 모두 일정 수준의 의학적 근거와 비용 효과성 데이터를 제출해야 했으며, 이는 돌봄 로봇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로봇 제조사는 단순한 기능 소개만으로는 급여 등재가 어렵고, 정량화된 효과 분석과 실증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노인 돌봄 로봇의 제도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

돌봄 로봇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등재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첫째, 기기 분류 기준의 모호성이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 항목은 명확한 기기 분류체계에 따라 정의되어 있으나, 돌봄 로봇은 의료기기, 복지보조기기, 정보통신기기, 정서 돌봄 기기 등 여러 분야의 기능이 혼합되어 있어,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분류가 애매하다. 이로 인해 급여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효과 측정의 정량화 문제다. 기존 의료기기들은 특정 질병의 진단, 치료, 완화 등과 같은 목적과 효과가 비교적 명확한 반면, 돌봄 로봇은 예방적 돌봄, 정서 안정, 사회적 고립 해소 등 ‘비의료적 효과’가 중심이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로봇이 고혈압 노인의 약 복용률을 높여 응급실 내원율을 20% 감소시켰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직접적인 의료비 절감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입증하는 정량 지표 확보가 필수적이다.

셋째, 기기 단가와 유지비용이 고가라는 점도 부담이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단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로봇 본체, 소프트웨어 구독료, A/S 비용 등까지 포함한 총비용의 산정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로봇 시장은 단가 편차가 크고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급여화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기존 이해관계자(의료계, 약계, 요양기관 등)의 반발 우려도 있다. 로봇이 일부 의료 또는 돌봄 행위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과정에서 기존 수가 구조와 충돌하거나, 보험 재정 분배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돌봄 로봇이 건강보험 급여등재를 위해 준비해야 할 전략

이러한 제도적 장벽을 극복하고 돌봄 로봇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① 정량적 효과 검증 기반 구축

  • 로봇을 활용한 돌봄이 응급실 내원율 감소, 입원 일수 감소, 우울증 척도 개선 등 어떤 측면에서 의료비 절감에 기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해야 한다.
  • 지자체 시범사업, 요양시설 협업 사례, 임상 시험 등을 통해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논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특히 만성질환자, 치매 노인, 고위험 독거노인 등 세분화된 타깃군에서의 데이터가 중요하다.

② 기능별 모델 분화 및 급여 대상 세분화

  • ‘올인원’ 형태의 복합 로봇보다는 낙상 감지 특화형, 건강 모니터링 특화형, 인지 훈련형 등으로 분리하여, 기능별로 급여 적정성을 평가받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예를 들어, “심박수 이상 감지 후 119 연결” 기능은 긴급의료 보조 기기로서의 효용성을 입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단가와 급여 범위를 차등 설정할 수 있다.

③ 민관 협력 기반 ‘급여 신청 컨소시엄’ 구성

  • 개별 제조사가 등재를 신청하기보다, 산업계-학계-의료기관-공공기관이 연합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신청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이는 사회적 요구도와 공공성 입증에 효과적이며, 보험 심사기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④ 건강보험공단-심평원 협력 기반 시범 급여 제안

  • 단번에 전면 급여화를 추진하기보다, ‘조건부 급여’ 또는 ‘시범 급여’ 항목으로 우선 등재하고, 1~2년간 실증 데이터를 통해 효과성을 재평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운영 중인 ‘신의료기술 평가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도 개선과 사회적 수용 기반 확립이 병행되어야

 

돌봄 로봇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로봇 산업의 전략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과 국민 인식 전환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로봇 기반 복지기술 인증제도’를 구축해 급여 심사 기준의 명확성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기능 분류별 표준 사양, 안전성 인증, 정기적 성능검사 제도를 마련하면, 보험 급여 대상으로서의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건강보험법 및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해 ‘디지털 복지기기’에 대한 급여 예외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법상 의료기기 외의 제품은 급여 등재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돌봄 로봇과 같은 디지털 기반 예방기술의 수용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민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고령층이나 보호자들이 로봇을 낯설고 비인간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도록, 공공 체험 서비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사용 후기 공유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용도를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로봇을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돌봄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수단’으로 규정하는 철학적 프레임 전환도 중요하다. 그래야 기술이 복지 안에서 살아남고, 제도는 그 기술을 품을 수 있다.

 

제도에 맞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자

돌봄 로봇은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이다. 문제는 제도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건강보험의 급여 등재는 국가가 해당 기술을 공공복지의 한 축으로 인정한다는 상징적 선언이자, 실제 보급 확산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제도는 전통적인 의료기기 중심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제는 예방 중심, 돌봄 중심, 디지털 중심의 시대에 맞춰 급여심사 기준도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돌봄 로봇은 그 첫 번째 테스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제도가 준비될 차례다. 기술에 맞는 새로운 제도 설계, 그것이 우리가 진짜 미래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