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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봄 로봇

일본의 노인 돌봄 로봇 현황 : 한국이 배워야 할 점

by ssunday1824 2025. 6. 26.

2025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나라는 단연코 일본이다. 이미 인구의 3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약 800만 명은 75세 이상의 초고령층이다. 일본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가장 먼저 직면한 국가이자, 그 해결책으로 로봇 기술을 가장 먼저 대규모로 도입한 국가다. ‘로봇 대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노인 돌봄 로봇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고, 현재는 요양시설, 가정, 병원 등 다양한 현장에서 돌봄 로봇이 실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노인 돌봄 로봇 현황

 

 

한국 또한 고령화 속도가 일본을 추월할 정도로 빠르며,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돌봄 로봇을 도입하고 운영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정책적 선택과 기술적 혁신을 만들어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노인 돌봄 로봇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한국이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일본 노인 돌봄 로봇의 발전 과정과 주요 유형

일본은 2006년부터 ‘초고령사회 대응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 돌봄 로봇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개발해 왔다. 초기에는 간단한 보행 보조기나 감시 센서 역할에 그쳤지만, 현재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화되어 실용화되고 있다.

첫 번째는 이동 보조형 로봇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RT 워커’나 ‘Robear’ 같은 로봇이 있다. 이 로봇들은 노인의 이동을 도와주거나, 낙상 위험시 자동으로 자세를 교정하고 보호자에게 알림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Robear’는 팔을 이용해 노인을 들어 올려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길 수 있어, 요양보호사의 허리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정서 교류형 로봇이다. ‘파로(Paro)’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개발된 물개 형태의 로봇으로, 노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반응하고 소리에 따라 눈을 깜박이거나 소리를 낸다. 일본 내 요양병원에서 사용된 사례에서는 파로와의 상호작용이 노인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 번째는 생활 지원형 로봇이다. 예를 들어 ‘치아로보(ChiaRobot)’는 약 복용 시간 알림, 일정 관리, 영상통화 연결, 긴급 알림 전송 등을 수행한다. 가정 내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에게 유용하게 작동되며, 스마트홈 시스템과도 연동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활 훈련용 로봇도 주목받고 있다. 근육 퇴화 방지를 위한 운동 보조 로봇, 뇌 자극을 위한 게임형 인지 훈련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일본은 다양한 돌봄 상황을 세분화하고, 로봇의 목적과 기능을 구체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실용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 왔다.

 

정책과 제도가 만든 실질적 보급 기반

일본이 돌봄 로봇의 실사용률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결정적 요인은 정책적 지원과 제도 설계에 있다. 2015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로봇을 활용한 고령자 돌봄 지원 방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돌봄 로봇을 건강보험과 복지 시스템 내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부 로봇 제품은 노인 장기요양보험(Kaigo Hoken)을 통해 구매 비용의 90%까지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시범 보급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도쿄,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에서는 요양시설이나 지역 복지센터에 로봇을 무상 제공하거나, 임대료를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로봇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일상적인 복지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문화적 기반도 함께 형성되었다.

산업계와의 협력도 눈에 띄었다. 일본 정부는 도요타, 혼다, 파나소닉 등 대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R&D부터 현장 테스트, 제품 개선까지 공공-민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제품 개발 주기가 단축되고, 실제 현장의 피드백이 빠르게 반영되면서 품질과 기능도 빠르게 고도화되었다.

이처럼 일본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지 제도, 보험 시스템, 공공정책, 문화 수용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로봇 보급의 현실적인 장벽을 줄였다.

 

한국과의 비교 : 기술은 앞섰지만 활용은 뒤처진 현실

한국도 기술력만 놓고 보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음성인식, 자율주행, 스마트센서, IoT 통합 기술 등에서 한국의 로봇 제조 역량은 상당히 우수하며, 연구개발 투자도 꾸준하다. 그러나 실생활 속에서 노인 돌봄 로봇이 실제로 보급되고 활용되는 수준은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제도화 수준의 격차다. 일본은 장기요양보험과 로봇 보조금 제도를 연계했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돌봄 로봇을 국민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체계 안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인은 자비로 제품을 구매해야 하며, 로봇 가격이 평균 300만~800만 원을 넘는 상황에서 보급이 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은 지방정부나 공공기관 중심의 로봇 시범사업이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시니어센터나 요양병원에 로봇이 도입되긴 했지만, 체계적 관리나 지속적인 사용 피드백이 부족하다. 반면 일본은 지자체 단위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로봇 실험과 평가를 통해, 로봇의 실효성과 적합성을 검증하고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고령층이 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편이며, ‘혼자 살아도 로봇이 도와줄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돌봄을 ‘가족의 책임’으로 여기는 문화가 강해, 로봇 활용에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노인층도 많다. 이런 인식 차이는 로봇 활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일본에게서 배워야 할 네 가지 핵심 전략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이 실질적으로 참고해야 할 요소는 다음 네 가지다.

첫째, 돌봄 로봇을 국가 복지 제도 안으로 편입하는 제도화 작업이 시급하다. 단순한 파일럿 테스트나 시범 도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고령자에게 돌봄 로봇을 보험 적용 대상으로 지정하는 식의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실증 사업 확대가 중요하다. 일본처럼 도시별 고령화율에 따라 로봇 지원을 차등 운영하고, 그 데이터를 중앙정부와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산업계와의 협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는 기업이 개발하고 정부는 간접 지원하는 형태이지만, 공동 R&D, 피드백 반영, 표준화 작업까지 함께 이루어져야 실용적인 제품이 나오고 실제 현장에서 채택될 수 있다.

넷째, 고령층의 기술 수용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로봇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지, 왜 필요한지를 이해시키는 과정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가 로봇을 '기계'가 아닌 '도우미'로 인식할 때 비로소 돌봄 로봇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복지의 미래’로서의 접근

일본은 단순히 기술을 잘 만든 것이 아니라,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기술을 통해 답하려 했다. 돌봄 로봇은 일본에서 더 이상 특별한 기계가 아니라, 일상적인 복지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도 일본의 실질적 경험에서 배우며, 기술과 복지, 정책과 사회문화가 균형 있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돌봄 로봇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 사회가 노인 돌봄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